야생동물과 사냥감

도망치는 동물들. 사냥꾼의 고기와 가죽.

고양이

농가와 거친 덤불을 누비는 야행성 사냥꾼. 짧은 발톱과 바늘 같은 이빨은 사바나의 무성한 풀숲이나 동토의 얼어붙은 땅에서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이들은 해 질 녘이 지나면 활동을 시작해 정착지 변두리를 맴돌며 곡물창고와 건초 다락을 제 영역으로 삼는다. 여행자를 봐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쏜살같은 할퀴기와 물기로 침입자를 몰아내려 덤벼든다. 농부들은 이 작은 포식자가 드러난 발목에 유혈이 낭자한 상처를 남기지 못하도록 쇠장화와 두꺼운 가죽 각반을 갖춰 신는다.

다른 이름: 새끼 고양이.

닭

정착지 성벽 근처를 맴돌며 먹이를 찾는 가금류. 알록달록한 깃털은 우리를 뛰쳐나왔거나 마을에 속한 가축임을 나타낸다. 낮 동안 풀밭, 숲, 얼어붙은 툰드라를 뒤지며 먹이를 찾지만, 성문 바로 밖 덤불 지대에 가장 빽빽하게 모여든다. 작은 눈으로 위험을 재빨리 감지하며,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낌새를 보이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에미벨리아 공화국과 내시라르 제국의 농부들은 흙바닥에 남겨진 특유의 발자국 긁힌 자국으로 닭의 위치를 추적한다.

돌고래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온순한 해양 포유류. 매끄러운 잿빛 피부와 강력한 꼬리로 가장 깊은 바닷속을 가로지른다. 배나 헤엄치는 이에게 적의를 드러내지 않으며, 위험을 감지하거나 상처를 입는 순간 깊은 바닷속으로 숨어든다. 해안 길목의 어부들은 돌고래가 갑자기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큰 포식자가 만에 들어왔음을 알아차리곤 한다. 맞서 싸우기보다 달아나는 탓에 굳이 뒤쫓는 사냥꾼은 드물지만, 일부 해안 정착지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날씨의 징조로 살핀다.

오리

마을 연못과 농경지에 서식하는 깃털 달린 물새. 물갈퀴 달린 발로 얕은 관개 수로나 농가 연못을 헤엄치며 낟알과 곤충을 잡아먹는다. 물의 진동으로 다가오는 이를 알아채며, 위험이 닥치면 당황하여 퍼덕이며 짧은 비행으로 날아오른다. 겁이 매우 많아 근처에 돌멩이 하나만 던져져도 온 무리가 하늘로 흩어져 날아간다. 마을 농부들은 해충을 잡아먹는 점을 봐주어 곁에 두지만, 겨울 양식을 축내지 못하도록 곡물 창고를 단단히 봉해야 한다.

산토끼

어둠을 틈타 개활지를 누비는 도약자. 강력한 뒷다리로 어둠에 싸인 툰드라와 사바나를 가로지른다. 겁 많은 여느 사냥감과 달리 불시에 전방으로 솟구치며 얼굴을 향해 날카로운 연타를 날려 여행자를 덮친다. 초원의 목동들은 이 동물들이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도록 야간 축사에 돌받침을 덧댄다. 해 질 녘 이후 타이가로 들어서는 이들은 영역 의식이 강한 산토끼의 공격적인 도약을 막아내고자 짧은 몽둥이를 지니고 다닌다.

다른 이름: 어린 산토끼.

말

탁 트인 평원과 숲을 달리는 강력한 발굽의 탈것. 근육질의 뒷다리로 낮 동안 초원, 사바나, 툰드라를 질주한다. 정착지 근처의 가축화된 말은 다루기 쉽지만, 야생 종마는 암말 무리를 지키기 위해 맹렬해져 무리에 접근하는 자를 짓밟으려 앞발을 치켜든다. 달아나기보다 달려들어 물어뜯고 무거운 발굽으로 짓밟으며 위협을 몰아붙인다. 킬모린 전역의 기수들은 먼 공국 사이를 오갈 때 말의 지구력에 의지하지만, 야생 종마를 길들이려면 갈비뼈가 부러질 듯한 돌진을 견뎌내야 한다.

다른 이름: 종마, 암말, 망아지.

비둘기

마을과 개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회색 새. 무지갯빛 목 깃털이 햇빛을 반사하며, 사막과 해안, 툰드라를 누비며 먹이를 찾는다. 정착지 근처에서 촘촘히 무리를 지어 지내며 인간이 몇 걸음 앞까지 다가오는 것은 내버려 두지만, 이내 일제히 날갯짓하며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불시에 하늘에서 공격을 받아 포박되어도 금세 털고 일어나 위험을 피해 달아난다. 사소한 움직임에도 흩어져 날아가기에 사냥꾼들은 비둘기에게 화살을 낭비하지 않는다.

토끼

초원과 해안 덤불에서 볼 수 있는 경계심 강한 사냥감. 나뭇가지 부러지는 작은 소리에도 긴 귀를 쫑긋거리다 덤불 속으로 쏜살같이 숨어든다. 낮이 되면 밖으로 나와 사바나, 숲, 해변에서 불안한 걸음과 놀란 듯한 뜀박질로 풀을 뜯는다. 막다른 곳에 몰리면 달려들어 깨물기도 하지만, 기본 본능은 모든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해안과 숲 가장자리의 덫사냥꾼들은 이들의 뻔한 공포심을 이용해 숨겨둔 올가미로 몰아넣고 모피와 고기를 얻는다.

다른 이름: 새끼 토끼.

갈매기

해안가를 맴도는 흰 날개의 청소동물. 소금기 묻은 부리와 창백한 깃털이 특징이며, 해안선과 습지를 따라 떼를 지어 휴식을 취한다. 아침 햇살과 함께 얕은 물가로 나와 먹이를 뒤지지만, 여행자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공격성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위험이 다가오거나 칼날이 번뜩이는 순간, 온 무리가 구름처럼 일제히 날아올라 달아난다. 어부들은 이들의 비행을 보고 표층에 물고기 떼가 떠오른 위치를 알아채곤 한다.

양

낮 동안 들판에서 풀을 뜯는 털북숭이 가축. 거친 흰 양모는 툰드라와 북부 타이가의 칼바람을 막아준다. 풀밭과 해안 덤불을 빽빽이 무리 지어 다니며, 피 냄새가 스치거나 낯선 이가 다가오기만 해도 쏜살같이 달아난다. 닥쳐오는 모든 위협을 피해 도망치지만, 막다른 곳에 몰린 숫양은 길을 트기 위해 머리로 들이받기도 한다. 레프란이나 클리어마인 같은 정착지의 목동들은 겨울 의복과 교역품을 위해 양모에 의존하며, 늑대의 습격을 막고자 마을 성벽 근처에 우리를 짓고 양을 친다.

다른 이름: 숫양, 어린 양.

참새

산울타리와 농경지에 서식하는 주행성 새. 갈색 줄무늬 깃털은 사바나의 무성한 풀숲이나 평범한 농가 마당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낮 동안 주변을 맴돌다 군화나 칼날의 작은 움직임에도 놀라 날아오른다. 상처를 입어도 맞서 싸우지 않고 가장 가까운 숲길을 향해 도망친다. 라르질레드 근처의 농부들은 곡식의 벌레를 잡아먹어 주기에 곁에 두지만, 둥지를 건드리면 작은 발톱에 살갗을 날카롭게 긁힐 수 있다.

거북

해안가 깊은 물속을 헤엄치는 장수거북. 바닷속을 유영할 때마다 질긴 가죽 같은 등딱지가 파도 아래에서 빛을 발한다. 인간을 포식자로 인식하여 수면에 그림자가 드리우거나 칼날이 살갗을 스치는 순간 도망친다. 스코즈젠타–레르수스 해안 길목의 어부들은 계절풍과 해류를 예측하기 위해 이들의 회유를 추적하지만, 거북을 잡으려면 작살이 아닌 인내심과 그물이 필요하다. 뒤쫓는 자의 눈앞에는 거북이 깊은 곳으로 달아나며 남긴 빈 물보라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이름: 장수바다거북.

얼룩말

탁 트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줄무늬 초식동물. 줄무늬 가죽 덕분에 햇볕에 마른 풀밭 속에서는 뜀박질하기 전까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낮에는 탁 트인 사바나에 머물며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쉼 없이 쫑긋거린다. 어떤 위협에도 맞서지 않고 그저 속보나 질주로 도망치는 길을 택한다. 목동들의 말에 따르면 가벼운 상처 하나만 입어도 무리 전체가 공황에 빠진다고 한다. 맞서기보다 도망치기 바쁘기에, 사냥꾼이 발톱 자국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다가오는 포식자를 알리는 살아있는 경보 역할을 해준다.